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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서 감형됐는데…"원심대로 복역하고 초과분 보상받으라니"
1년 감형받았지만 이미 4개월여 초과 복역…별개 범죄 형량서 감형 안돼
경합범 '형기 통산' 규정에 재심은 포함 안돼…"입법미비 따른 인권침해"

사기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모(45)씨는 이달 10일 형기를 마쳤다. 그러나 이씨는 앞으로 4개월 14일을 구치소에서 더 보내야 한다. 교정당국은 "초과 복역분은 출소한 뒤 형사보상을 받으라"고 안내할 뿐이었다.

이런 상황이 생긴 이유는 여러 건의 범죄로 재판을 받은 경합범이 재심으로 형을 감경받았을 때 이를 반영해 형기를 다시 산정하도록 규정한 법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입법 미비로 '법의 사각지대'에서 수감자 인권이 침해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러 건의 사기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씨는 2015년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이듬해 별개 사건으로 또 재판을 받아 징역 8개월이 추가됐다.

수감 중 이씨는 5년형을 선고받은 재판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한 피해자가 자신을 무고했음을 입증할 증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재심 재판이 열렸고, 지난 5월 서울동부지법은 징역 5년이 나왔던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씨는 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할 당시 이미 5년형 중 4년 4개월 14일을 복역한 상태였다. 재심에서 형량이 줄었으므로 결국 4개월 14일을 초과 복역한 셈이다.

검찰은 재심 개시가 결정된 날부터 형 집행 순서를 바꿔 8개월형 집행에 들어갔다.

재심 결과가 나오자 이씨는 이 8개월 형기에서 초과 복역한 4개월 14일을 뺀 기간만큼만 복역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계산하면 형기는 지난 10일로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이씨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교정당국으로부터 "일단 남은 형기를 다 마친 뒤, 초과 복역한 일자에 대해서는 출소 후 형사보상을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형 집행권자인 검찰은 "이미 집행된 4개월 14일을 소급해 형 집행 순서를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의 이같은 논리는 형법 39조에 근거한다. 한 사람이 여러 건의 범죄로 재판을 받은 경합범일 때 형기를 계산하는 방식을 규정한 조항이다.

해당 조항은 경합범으로 판결을 선고받은 이가 특정 죄와 관련해 사면받거나 형 집행이 면제된 경우 다른 죄에 대해 형을 다시 정하도록 하고, 이미 집행한 형기를 통산(通算)해 형을 집행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 조항에는 재심으로 형기가 바뀌었을 때 이미 집행한 형기가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규정은 없어 이씨와 같은 사례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법 규정상 곤란해 별건 형기에 추가 복역분을 산입하지 않도록 처분했다"며 "법률에 따른 공식 조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씨의 법률대리인 문성준 변호사는 "검찰은 재심의 경우 형법 39조에서 규정한 형기 통산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는 억울한 옥살이를 강요하는 기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의 해석은 엇갈린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일반인 상식으로는 이씨의 경우가 안타깝게 느껴질 수 있지만, 법률상 근거가 없어 구제받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재심의 경우 형기 통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씨의 출소일도 법률을 있는 그대로 해석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잘못된 판결이 수정됐고, 형량이 초과됐다면 다른 범죄의 형을 통산해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쪽이 인권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권영국 변호사는 "이씨와 같은 판례가 없어 판단이 쉽지는 않지만, 어떻게 보면 '입법 공백 상태'라거나 '법의 사각지대'라고도 볼 수 있다"며 "형사보상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사후 보상이고, 실제 피해를 막으려면 형법 39조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한 재경지법 판사도 "법률에 재심 시 수감일 통산이 규정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면서 "재심으로 형이 깎였는데 이미 초과 복역한 상황이라면 형법 39조를 재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쪽으로 유추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 인권센터 박찬성 변호사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의 집행은 필요 최소한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형사법의 기본 원칙"이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검찰의 판단에는 다소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one@yna.co.kr 입력 : 2019-07-11 07: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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