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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억울한 옥살이' 수형인 등 39명 103억 손배 청구
"국가 책임 묻는 첫번째 소송…법원의 현명한 판단 기대"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재심을 통해 명예를 되찾은 제주4·3 생존 수형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10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불법 군사재판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임창의(99·여)씨 등 제주4·3 생존 수형인 16명과 가족, 최근 별세한 현창용(88) 할아버지와 김경인(89) 할머니의 가족 등 총 39명은 29일 오전 제주지방법원을 찾아 국가배상 청구서를 제출했다.

청구인들은 "이번 국가배상소송은 지난 70년 세월, 반공 이데올로기 광풍 속에 숨죽여 살아야 했던 4·3희생자들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의 소중함을 확인하고 국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제주4·3 당시 위법한 구금, 체포·수사과정에서 벌어진 잦은 구타와 고문 등으로 인한 후유증, 구금과정에서 함께 구금된 아이의 사망, 4·3 당시 부모와 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한 피해, 출소 이후 전과자 신분으로 살아야 했던 물적·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제주4·3수형인과 가족을 포함한 원고 39명이 제기한 국가배상 청구액은 총 103억원이다.

청구인으로 나선 부원휴(90) 할아버지는 "제주공립농업중학교 5학년 재학 시절 학교를 가다가 계엄령이 떨어져 군에 연행돼 모진 고문을 받았다. 1년형을 받고 출소한 뒤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다"며 "결국 수의사의 꿈은 사라졌고, 어렵게 구한 직장도 4·3 당시 구금됐던 상황이 알려질까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8월 법원 판결을 통해 총 53억 4천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받게 됐다. 형사보상은 구속 재판을 받다 무죄가 확정된 경우 구금 일수만큼 보상해주는 제도다.

제주4·3 수형인과 가족들이 이번에 제기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은 민사소송으로,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불법으로 침해했을 때 그 손해에 대해 배상하도록 요구하는 소송이다.

제주4·3은 1947년 3·1절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 7개월간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군경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양민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 기간 적게는 1만4천명, 많게는 3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도 4·3 수형인은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영문도 모른 채 서대문형무소와 대구·전주·인천 형무소 등 전국 각지로 끌려가 수감된 이들을 말한다.

임씨 등 18명은 1948∼1949년 내란죄 등 누명을 쓰고 징역 1년에서 최대 20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이들은 지난 1월 17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공소기각이란 형사소송에서 법원이 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경우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으로, 4·3 당시 이뤄진 군사재판이 별다른 근거 없이 불법적으로 이뤄져 재판 자체가 '무효'임을 뜻한다.

이 판결로 재심을 청구한 생존 수형인들이 명예를 인정받았다.
연합뉴스 변지철 백나용 기자 bjc@yna.co.kr 입력 : 2019-11-29 14: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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